[필리핀/앙헬레스] 마이크로 BAM, 현지와 함께하는 복음의 바늘땀

발행일: 2026년 3월 24일

필리핀 앙헬레스의 뜨거운 햇살 아래, 아누나스 마을의 작은 수선샵에서는 오늘도 경쾌한 미싱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곳은 마이크로 BAM(Micro Business as Mission), 즉 ‘비즈니스선교’의 실질적 현장이자, 주민들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드는 사역의 공간입니다.

비즈니스선교학을 공부하며 현장에서 직접 사역하는 입장에서, 누군가 비즈니스선교를 계획할 때 궁금해할 부분들을 아누나스 소잉서비스 수선샵의 사례를 통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초기 자본 조달과 재정 자립
수선샵의 시작은 팬데믹 시기 쌀 나눔 후원금 중 일부를 미싱 구입에 사용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 내부에서 직업훈련을 진행하다가, 비즈니스로 전환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필리핀 현지의 저가 시장과 경쟁하기보다 품질과 속도에 민감한 ‘한국 교민 사회’를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습니다.

교민을 대상으로 옷수선과 유니폼 제작을 2~3년간 꾸준히 하며 단골을 확보했고, 2024년 4월 외부 샵을 오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즈니스는 재정 자립에 성공했습니다. 교회 기반의 인큐베이팅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소파 천갈이, 단체 티셔츠 납품 등은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선순위와 사명
“선교적 열매를 얻기 위해 기꺼이 이윤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은 늘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 현재도 지역에서는 소잉서비스가 로컬교회의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교민들이 많습니다. 혹시 우리의 실수로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손가락질 받게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이해와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빠르고 정확한 한국식 서비스’라는 실력과 원칙을 지키며,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교민들은 “이곳은 절대 문 닫으면 안 됩니다. 건강 챙기며 일하세요”라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셨습니다. 소잉서비스는 단순한 수선가게를 넘어 지역사회에 끈끈한 선교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인사관리의 도전
BAM으로 수선샵을 운영하며 가장 큰 도전은 현지 직원들과의 관계입니다. 직원들은 오랜 시간 함께 예배드린 성도들이지만, ‘성도’와 ‘숙련된 직원’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실제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 개념, 서비스 기준, 책임감 등에서 문화적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식 서비스 기준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문제를 문서로 직접 작성하게 하며 대화와 피드백을 반복했습니다. 갈등 끝에 핵심 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아픔도 있었지만, 그가 자립할 수 있도록 기계를 지원하고 외주 파트너로 계속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리더십 이양과 지속가능한 모델
이 수선샵은 아직 큰 이익을 내는 사업은 아니지만, 임대료와 급여를 감당하며 꾸준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BAM의 작은 모델로서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사역을 돌아보면, 가장 뼈아픈 성찰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재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번아웃과 역할 혼동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 BAM은 사역자가 직접 뛰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재능을 발굴해 그들을 당당한 ‘BAMer’로 세우는 ‘코치(Coach)’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리더십 이양과 수선샵의 시스템 문서화로 복제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샵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 선교사가 없어도 지속 가능한 하나님 나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꿈꿉니다.

잠시의 휴식 후, 수선샵의 노하우를 아누나스의 제빵명인 성도와 함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며, 아누나스 골목길에 더 깊은 복음의 바늘땀을 새겨가고자 합니다.

필리핀 아누나스행복한우리교회
이정은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