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실리구리] 1분 20초를 넘긴 자리에서
발행일: 2026년 8월 27일

지난 글에서 델리 예선을 통과하던 순간을 나누었습니다. 본선 진출자 명단에서 우메시의 이름이 첫 번째로 불렸고, 우리는 다 함께 펄쩍 뛰며 기뻐했습니다. 그 뒤의 소식을 궁금해하셨을 분들이 계실 텐데, 오늘은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아쉽게도 자랑할 만한 결과는 아닙니다.
지난 2월, 뱅갈로르에서 본선이 열렸습니다. 실리구리에서 뱅갈로르까지는 인도 대륙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먼 거리입니다. 장비와 커피를 챙기고 재정을 마련하며 두 달 동안 공들여 준비한 끝에 그 먼 길을 다시 떠났습니다.
그런데 대회 하루 전, 주최 측이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새로운 미션을 통보했습니다. 모든 참가자에게 똑같은 원두를 나누어 주고, 7분 안에 세 잔을 균일하고 맛있게 추출하라는 과제였습니다. 준비해 온 원두도, 공들여 다듬은 레시피도 한순간에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처음 만지는 커피를 단 하루 만에 파악하고 추출 설계를 다시 짜야 했습니다.
우메시는 밤새 그 원두를 붙들고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에 섰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우메시는 준비한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계획에 없던 방법 하나를 즉석에서 덧붙인 것입니다. 나중에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자신이 뽑은 커피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한 번의 덧붙임 때문에 결국 1분 20초를 넘겼고, 시간 초과로 실격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실격과 함께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조차 꺼내지 못했습니다. 두 달 동안 다듬은 이야기, 자기가 이 커피를 어떻게 만났고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백을 한마디도 전하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실수해서 프레젠테이션도 못 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더 잘해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계속 그 장면을 되짚어보았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원두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고 조건은 공평했습니다. 그는 다만 자기 손을 온전히 믿지 못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것 위에 무언가를 하나 더 얹어야 안심이 되는 마음, 그러다 정작 해야 할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내려오는 모습, 그것이 그날 무대 위에만 있는 일이라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이 이미 주신 것으로 충분하다고 수없이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늘 무언가를 덧붙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를 덧붙이다가 정작 전해야 할 본질을 전하지 못한 날들이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또 하나의 계획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글에서 기도를 부탁드렸던 ‘킹스 하이웨이 프로젝트’, 즉 직원들과 함께 한국 제주도로 떠나는 커피 연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허무할 만큼 단순했습니다. 꼭 가야 할 직원들이 여권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되겠다고 말하는 청년들에게 여권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인도 시골 청년들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서류 한 장, 관공서 방문 한 번이 이들에게는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정작 그 세계로 나아가는 첫 문 앞에서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연기된 뒤 뜻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한 커피 회사에서 초청이 온 것입니다. 제주도가 아닌 한국 본토로, 커피 회사의 정식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짜놓은 일정대로였다면 제주에서 며칠을 보내고 돌아오는 데 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일정이 무너진 자리에, 우리 힘으로는 결코 열 수 없었던 더 넓은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몇 달 사이에 우메시와 비카시가 큐그레이더(Q Grader)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커피의 품질을 국제 기준으로 감별하는 자격으로, 인도 전체에서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시골 카페에서 커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작했던 두 청년이, 이제는 국제 기준으로 커피를 판정하는 전문가가 된 것입니다. 저와 아내 역시 SCA AST(공인 교육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하여, 이제 우리 아카데미에서 국제 공인 교육과 인증을 직접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로피는 없었습니다. 대신 단단한 자격이 남았습니다. 무대에서 실격당했던 그해에, 오히려 실력을 증명하는 증서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우메시는 “내년에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올해 9월 초, 다시 예선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브루잉 부문에 우메시, 바리스타 스킬 부문에 비카시와 수벡차, 라떼 아트 부문에 돌자이까지 네 명이 함께 나갑니다. 작년에 한 사람이 섰던 자리에 올해는 네 사람이 함께 섭니다.
이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트로피를 만들려고 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무대에서 넘어지는 것을 지켜본 다른 세 사람이 “나도 서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 귀한 변화를 보려고 이 일을 합니다.
우메시가 실격당했던 그날, 우리 가운데 아무도 지지 않았습니다. 1분 20초를 넘긴 바로 그 자리에서, 오히려 네 사람의 멋진 청년이 함께 걸어 나왔습니다.
서바나바, 김기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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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초에 열리는 바리스타 챔피언십 예선에 출전하는 네 명(브루잉 우메시, 바리스타 스킬 비카시·수벡차, 라떼 아트 돌자이)이 모두 통과할 수 있도록
• 최근 정부 교체로 인해 재진행되는 영농조합 인증과 정부 협력 사업의 막힌 부분이 지혜롭게 풀려 든든히 세워지도록
• 커피 프로세싱 공장 및 건조 시설 등 필요한 인프라 투자가 적시에 이루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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