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쌩싸이] 사랑이 ‘길’이 되어 하나님을 만나다

발행일: 2025년 11월 12일

쌩싸이는 랃쿠와이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사역 이름입니다. 이곳에는 유치원과 학교, 공부방과 복지센터, 예배 공동체, 장학 기금, 먹거리 사업, 집짓기 사업 등 다양한 기관과 사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우리의 발자취이기도 합니다. 이 여정 속에는 많은 동행자가 있었고, 지금도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쌩싸이에는 여성들을 위한 사역 현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길(Gil)’이라는 이름의 여성센터로, “GOD IS LOVE”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누군가를 위한 행복의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길”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모여 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여성, 어릴 적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여성, 시력을 거의 잃어 앞을 보기 힘든 여성, 부모 없이 할머니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소녀 가장,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미혼모 등, 마을에서 가난과 슬픔으로 대표되던 이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 바로 “길”입니다.

이곳은 돌봄이나 배려보다는 차별과 무관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견뎌야 했던 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삶을 다시 세워가는 자리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농아 소녀 ‘릿’을 위해 기도하며 시작한 1인 공방은 이제 다양한 사업을 품은 경제 공동체이자 삶의 공동체로 성장하여 쌩싸이 여성센터 “길”이 되었습니다.

최근 “길”은 15명의 여성을 위한 좋은 일터로 자리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공방에서는 다양한 공예품을 제작합니다. 디자인과 공정을 개발하여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직접 제품을 만듭니다. 나무베틀로 라오스 전통 문양이 담긴 천을 직접 직조한 뒤, 그 천으로 여러 제품을 완성합니다. 주요 품목으로는 티코스터, 키링, 파우치, 엽서 등이 있으며, 쌩싸이 학교와 WS센터에 있는 “쌩싸이 스토어”에서 한국 단기봉사팀과 현지 선교사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예품만으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미싱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인 ‘교복센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쌩싸이 학교가 외부 업체에서 교복을 제작할 때 가격 상승과 납품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자, 학교 측에서 “길”에 교복 제작을 의뢰하였습니다. 3개월간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은 후 미싱기를 2대에서 5대로 늘리고 많은 샘플을 만들었습니다. 셀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지난 9월, 첫 교복을 출시하였으며, 기존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뒤지지 않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타학교의 교복도 제작해 보고자 합니다.

또한 “길”은 쌩싸이 학교 식당 운영권을 위탁받아 급식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리와 서비스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직장 경험이 없던 여성들을 훈련시켜 현장에 배치하였고, 그 결과 급식 서비스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으며, 이용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학교가 직접 운영하던 식당이 “길”의 일터가 되면서 더 큰 발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청소년들을 위한 카페테리아 운영 또한 “길”이 맡을지 논의 중입니다.

‘위양’이라는 이름의 한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그녀는 심한 피부 습진과 무기력증으로 일상적인 경제활동조차 어려웠고,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가정도 불안정했습니다. 마을에서도 가장 가난한 가정 중 하나였던 그녀가 “길”에 소속되어 학교 식당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생애 첫 직장과 매달 받는 월급 덕분에 그녀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마다 시장에 가서 아이를 위한 반찬거리를 사는 일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자신의 아들이 우리처럼 남을 돕는 일을 하기를 기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역과 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길”은 비즈니스 공동체의 모델로 세워지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공동체를 꿈꾸고 있습니다. 관리 직원 ‘또’는 자신의 신앙 여정을 이들과 나누며,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쌩싸이가 교회로 세워져 가는 이야기 중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길”의 이야기였습니다.

조현상, 정명옥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