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시엠립] 경제를 모르는 비즈니스 선교사의 도전

발행일: 2026년 1월 14일

하나님께서 새 일을 행하시겠다는 말씀에 순종하여, 16년 동안 사역하던 프놈펜을 떠나 시엠립이라는 새로운 땅으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이루실지,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계획 하나 없이 새로운 삶과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맨땅에 헤딩한다’고 표현하듯, 그간의 사역을 모두 내려놓고 사역자들도 남겨둔 채, 저와 아내만 남아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며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아브라함과 노아의 순종을 묵상하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불교 마을뿐인 캄보디아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변화된, 예수를 믿고 함께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세워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 마음을 품고 도착한 곳이 시엠립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45km 떨어진 쿤리엄면 쿤리엄 동네였습니다.

주민들을 더 잘 알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며 형편을 살폈습니다. 그들의 삶의 무게는 무엇인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현실적인 필요는 무엇인지, 오늘도 어떤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그렇게 살펴본 결과, 제가 그들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16년간 캄보디아 전역을 다니며 전도하고 사역하고 교회를 개척했지만, 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고, 제가 원하는 목표에 그들을 데려가기 위해 밤낮없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고 깊이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때 발견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마을 주민의 90% 이상이 빚을 지고 하루하루 삶의 무게에 짓눌려 내일에 대한 소망이나 기대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하루 세 끼 식사를 마음껏 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분들에게, 예수 믿고 천국에 가자고 외치며 사역을 해왔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꿈꾸게 하신 공동체, 이름을 ‘예수마을’이라 부르며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겠다고 하신 새 일이 바로 이것인 줄 알았지만, 어떻게 그 일이 이루어질지 막막했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알고 믿고 따르며 하나님을 찬송하는 날을 꿈꾸며, 함께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대학 시절 경제학 원론을 배운 것이 전부인 제가,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 경제 공동체를 꿈꾸며 비즈니스 선교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인도에서 선교사를 위한 비즈니스 선교 포럼과 미니 MBA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비즈니스 선교사역을 하는 ‘글로벌창업네트워크’의 신이철 대표님을 만난 것이 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선교사이기보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었습니다. 경제를 잘 모르는 비즈니스 선교사, 농사를 모르는 농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늘 일과 사역에 몰두하던 저에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존재에 집중하게 하셨습니다. 조금씩 관계와 존재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시작한 것이 바로 모링가 재배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땅에서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여러 작물을 심어보았고, 그 중에 가장 잘 자란 것이 모링가였습니다. 그래서 모링가를 키워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천연 혈액청소부라는 별명을 가진 모링가가 우리 마을의 가난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

모링가 분말, 잎차, 테블릿을 만들어 단기 선교팀과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판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낯설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조금씩 길이 열리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캄보디아 시엠립 김창훈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