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앙헬레스] 목회자와 고용주 사이, 시행착오의 여정
발행일: 2026년 7월 29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운영 중인 옷수선샵은 재고 부담이 적고 작업과 결제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여 선교지에 적합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지속하면서, 사업구조의 단순함과 사람을 훈련하고 관계와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교회 성도가 직원이 되었을 때 발생한 갈등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목회자와 고용주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교훈을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 함께 일한 성도는 오랫동안 봉제 일을 해 온 숙련된 기술자였습니다.
믿음 안에서 함께한 성도라면 사역의 목적을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일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출근하지 않거나 작업을 거부하면 전체 업무가 멈추는,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직원에게는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목회자로서는 그의 어려운 형편을 이해하고 다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면 교회 관계까지 불편해질까 염려되어 필요한 결단을 미루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사업장에서 신뢰는 약해졌고, 갈등은 심화되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인이 아닌 직원을 새로 고용하고, 일이 밀릴 때 작업을 맡길 수 있는 지역 외주업체도 찾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직원 역시 기술이 향상되자 자기 방식을 고집하고 업무 지시나 품질 점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이를 통해 교회 성도가 반드시 좋은 직원이 되는 것이 아니며, 숙련된 기술자가 반드시 책임 있는 직원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소잉서비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 이전에도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훈련생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을 익히려면 단순한 반복 작업이나 보조 역할을 넘어, 세심한 관찰과 지도, 단계별 교육 매뉴얼이 필요했습니다. 기술을 잘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을 기술자로 세우는 능력은 서로 달랐습니다.
처음 함께했던 성도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결국 고용관계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시간을 존중하여 퇴직금과 자녀들의 신학기 교육비 등을 지원했고, 가족이 재봉 기술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봉틀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기도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되, 반복되는 문제와 요구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계를 세워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뜻밖의 열매를 맺게 하셨습니다. 외주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 기술자들과 일감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형편과 가정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례가 있을 때 찾아가 함께 예배드리고 위로하면서 사업 관계는 삶을 나누고 복음을 전하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한 사람과의 갈등이 오히려 더 많은 이웃을 만나고 복음을 전하는 문을 열어 준 것입니다.
고난 자체가 축복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에게 의존했던 사업은 여러 사람과 협력하는 방법을, 반복된 갈등은 역할과 책임, 교육과 평가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깨어진 관계의 아픔은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나누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성도가 직원이 되었을 때 사랑하기 때문에 책임을 분명히 하고, 책임을 묻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간 소잉서비스, 옷수선샵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습니다.
필리핀 아누나스행복한우리교회
이정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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