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과 공동체]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영적 거울, 재정
발행일: 2026년 4월 21일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21)
우리의 지갑은 우리가 진정으로 속한 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입니다.
‘재정의 사용’을 통해 크리스천이 어떻게 ‘하나님 백성 공동체’의 구별된 삶의 양식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까요?
흔히 “가족끼리도 돈 거래는 정확해야 한다”거나 “친한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언뜻 차갑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사실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의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지혜의 안전장치’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공동체, 즉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재정을 결코 ‘빼앗긴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가족임을 누리고 증명하는 ‘특권’으로 기쁘게 사용합니다. 내가 땀 흘려 번 돈을 우리 가족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식구(食口)’, 즉 한 솥밥을 먹는 진짜 가족으로 느끼게 됩니다.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 발견되는 이 재정의 원리는 성경이 말하는 영적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성경에서 공동체를 뜻하는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의 어근인 ‘코이노스(κοινός)’는 ‘공통의’ 혹은 ‘공유하는’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2장에 등장하는 초대교회 성도들은 자신의 재정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자원하여 공동체로 이전(청지기정신)했습니다. 그들은 재정을 기꺼이 나눔으로써,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새로운 언약 공동체’에 속했음을 공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어떤 공동체든 건강하게 존립하려면 반드시 그 사명에 걸맞은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지혜가 있습니다. 위대한 공동체는 단순히 ‘주어진 재정’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공동체가 왜 존재하는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고민하고 결단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됩니다. 결국 재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공동체의 건강함과 성숙도를 결정합니다. 재정이 사명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독단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면 그 공동체의 영적 현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재정(연보)을 여러 지역 교회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제3차 선교 여정 동안 이방인 교회들로부터 헌금을 모아 예루살렘 교회를 돕는 일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에 돌아가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굳이 예루살렘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바울에게 이 연보는 단순한 구제가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이 재정의 흐름을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결국 ‘하나의 몸’이라는 사실을 세상 앞에 눈으로 볼 수 있게 증명해 낸 것입니다.
재정은 이렇듯 개인과 공동체의 영성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크리스천은 재정의 사용을 통해 내 소유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신앙 공동체인 교회의 재정 역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가 주님의 재정을 맡아 관리하는 선한 ‘청지기(심부름꾼)’가 되지 못하고, 오직 자기 공동체의 몸집을 불리는 데만 재정을 쓸 때, 세상이 교회가 외치는 십자가의 사랑을 의심했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원리는 우리 개인의 일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의 자녀, 동료, 그리고 이웃들은 우리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묵묵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마음을 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재정을 흘려보낼 때, 세상은 우리가 이기적인 자본주의 논리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비로소 확인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따라 재정을 나눌 때, 그 재정은 우리가 단순한 이웃이나 직장 동료를 넘어 ‘하나님께 속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선교의 수단이 됩니다.
청지기를 위한 질문과 실천 과제
□ 나의 월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나의 만족’을 위한 지출과 ‘하나님 나라와 이웃’을 위한 지출의 비중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 자녀에게 재정을 단순히 ‘아껴 쓰는 법’이 아니라, ‘가치 있게 흘려보내는 법’ 가르치기 (예: 선교지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정기적인 나눔)
함께 나누는 기도
저에게 일터를 주시고 귀한 물질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삶이 십일조를 드리며 내 소유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는 것을 넘어, 내게 주신 이 재정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제가 속한 가정과 직장 그리고 교회와 지역사회를 섬기고 살리는, 지혜로운 도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