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문턱에서 선포된 마지막 ‘말씀들’

발행일: 2026년 9월 10일

신명기(Deuteronomy)를 읽다 보면, 모세가 남긴 길고 간절한 설교록처럼 느껴집니다. 신명기의 히브리어 이름인 ‘데바림(דְּבָרִים)’은 바로 ‘말씀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모세가 생애 마지막 몇 주 동안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한 고별 메시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죽음의 날이 가까웠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에 120세가 된 모세는 열한째 달 첫째 날, 온 이스라엘을 자기 주위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백성들 앞에서 토라(율법)를 하나하나 풀어서 강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위대한 고별 연설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설교로 기록될 신명기의 말씀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모세가 이 고별 설교를 전하기 40년 전, 이스라엘 자손은 이집트를 탈출했습니다. 그들은 홍해를 건너 시내산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토라를 받아 하나님과 거룩한 언약 관계를 맺었습니다. 성막을 건축하는 동안 한 해 남짓 시내산에 머물렀던 그들은, 이듬해 드디어 약속의 땅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3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광야를 우회해야 했습니다.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돌아온 열 명의 정탐꾼의 불신앙에 동조한 백성들이 반역하며 가나안 입성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 불신앙의 세대가 광야에서 생을 마감하도록 선고하셨고, 단 11일이면 도착했을 여정이 38년이라는 길고 긴 방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 저주받은 세대의 마지막 사람이 광야에서 죽은 뒤, 마침내 그들의 자녀 세대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두 번째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민수기 후반부는 이 새로운 세대가 에돔, 모압, 암몬 영토를 통과해 행군하며, 아모리 왕 시혼과 옥의 군대를 물리치는 과정을 전해줍니다. 요단강 동쪽 영토를 정복한 이스라엘 백성은 여리고 맞은편, 요단강 건너 모압 평지에 진을 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악한 발람의 계략과 바알브올 사건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마침내 그들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건너갈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38년 전 조상들이 가데스 바네아에 섰던 것처럼, 새 세대는 언약 성취의 문턱에 다시 섰습니다. 긴 여정의 끝이자 구속의 역사가 결실을 맺는 결정적 순간이 도래한 것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보내기 전에 꼭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조상들이 저질렀던 동일한 실수를 새로운 세대가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요단강 가에 선 모세는 약속의 땅을 정복할 때가 임박했음을 선포하며, 백성들에게 회개하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모세가 여리고 맞은편 요단강 가에서 토라를 강해한 목적은 이 새로운 세대를 하나님의 언약 안으로 새롭게 이끌어 넣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여호수아의 지도력 아래 이스라엘 왕국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자 했습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회개하고 토라 언약에 스스로를 온전히 헌신하도록 도전함으로써 그 길을 예비했습니다.

이 전체 장면은 신약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어렴풋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세례자 요한(세례 요한)이 요단강 가에서 펼친 사역이 바로 이 모세의 마지막 순간을 의도적으로 재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역시 여리고 맞은편, 요단강 동쪽 강변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백성들에게 침례(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요한복음은 이 장소를 “요단 강 저편 베다니”(요한복음 1:28), 즉 요단강 동쪽 나루터 근처로 묘사합니다.

요한이 가르친 핵심 메시지 역시 모세가 전했던 회개의 메시지와 동일했습니다. 그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태복음 3:2)라고 외쳤습니다. 요한은 자신의 시대에 이스라엘이 회개하기만 한다면, 마침내 하나님 나라가 임할 중요한 시대적 기로에 서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하여 약속의 땅에 들어갔던 구약의 사건을 상징하듯, 백성들을 강에서 침례하여 언약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요한은 이스라엘 백성이 왕이신 메시아 예수님의 지도력과 하늘 왕국의 수립을 맞아 온전히 준비되도록 도왔습니다. 백성들의 마음을 다시 토라와 여호와 하나님께로 돌이킴으로써, 메시아를 위해 길을 다듬고 주의 길을 예비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