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쌩싸이] 작은 농촌 마을이 교회가 되어가는 이야기

발행일: 2025년 8월 4일

라오스는 인구 약 700만 명의 작은 나라로, 국토 면적은 한반도보다 다소 크지만 산악 지대가 많고 미개발 지역도 여전히 많은 곳입니다. 교통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땅이 더 많아 보입니다. 라오스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공산국가이면서, 국민의 약 70%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입니다. 정치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견고하며, 불교는 라오스인들의 정서적·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선교사로서 사역을 감당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선 외국인은 종교와 관련된 교육이나 포교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불교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접근지역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그래서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역 현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교육 사역이 주를 이루지만, 외식업·농장·스포츠·서비스업·NGO 단체 등 다양한 형태로 선교 현장이 구성되고 있습니다.

저의 사역 현장은 ‘쌩싸이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라오스 교육체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사립학교입니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30km 떨어진 농촌 마을 랃쿠와이에 위치해 있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외부 후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자립 재정 구조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학교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교직원 30여 명과 학생 350여 명이 함께 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쌩싸이 사역을 간략히 소개드리면, 2012년 어린이집과 청소년 어학원으로 시작하여 꾸준히 성장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2016년부터는 주변 마을 국립초등학교 인근에 유료 어린이 공부방 3곳랃쿠와이에을 세워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 어학원과 연계하여 마을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목적은 도심에 비해 교육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사회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돕기 위함입니다. 적은 멤버십 비용으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을 위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 내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성센터 ‘길’을 설립하여 교복센터, 학교 매점, 공방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복지센터를 설립하여 먹거리 지원사업(희망푸드), 주거환경 개선사업(희망쌓기), 키움공동체(장학기금)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과 사역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2010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와 첫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22년까지 현지 리더들을 양성하여 그들에게 운영을 맡기는 형태로 진행해 왔습니다. 나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지만,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사업의 전문성과 미래의 생존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2022년에는 4가정, 8명의 사역자가 사업과 사역을 분담하며 함께 동역하는 마을선교공동체 ‘위드쌩싸이(With-Sengxai)’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리더를 포함하여 모든 사업을 동역 선교사에게 양도하고, 독립 사역과 공동 사역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저의 사역을 처음 소개하는 글이기에, 지금까지 진행된 비즈니스와 다양한 사역 활동을 간략히 소개하였습니다. 모든 선교 현장과 사역 모델은 지역사회와 마을에서 시작된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은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에서 비롯되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나라를 담은 교회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마을 최초의 외국인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활동을 통해 어린이가 청년이 되었고, 청소년이 30대의 어른이 되어, 그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경제공동체로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고 기도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담은 교회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쌩싸이의 비즈니스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입니다.ㅊㅈㄱ

2025.08.04. 조현상, 정명옥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