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트빌리시] 이방인의 땅에서 발견한 하나님 나라

발행일: 2026년 2월 5일

조지아에 정착한 지 벌써 5개월이 되었습니다.

시드니와 캄보디아를 거쳐 세 번째 사역지에 왔지만, 이번 적응 역시 쉽지 않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반복되는 거절과 경계 속에서 일상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며,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다시금 배우고 있습니다. 조지아의 역사와 정서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사람들 안에 자리한 경계심과 긴장 역시 오랜 상처의 결과임을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낙심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저희의 중심을 붙들어 주셨습니다. 가정예배 가운데 아내와 동시에 묵상하게 된 말씀은 로마서 8장 37절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상황의 즉각적인 변화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사랑받는 존재’이며, 그 정체성 위에서 사역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주님께서 확인시켜 주신 시간입니다. 낯선 땅에서의 비즈니스 선교는 ‘일’보다 먼저 존재의 회복을 요구하는 여정임을 배웁니다. 성령께서 비추시는 말씀 가운데 우리의 존재가 다시 세워질 때, 하나님의 선교 역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UN 같은 현장, 하나님 나라 이야기

10월의 마지막 날, 아내와 저는 엔보이 호스텔 직원들과 한국 음식을 나누고 싶어 자연스럽게 손이 바빠졌습니다. 시장에서 팥과 필요한 재료를 사와 집에서 김치전과 붕어빵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도 팥을 만들고 소분하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음식을 차에 싣고 엔보이 호스텔로 향했습니다. 모임이 시작되자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며 웃음과 이야기가 이어졌고, 직원들은 엔보이에서의 추억을 나누며 여러 번 크게 웃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7년 전 프놈펜 엔보이 호스텔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11월부터는 엔보이 내부 공사가 시작되어, 함께해온 대부분의 직원들과 잠시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은 컸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시간으로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12월부터는 본격적인 리노베이션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르메니아 엔보이 공사를 맡았던 팀이 조지아 현장에도 함께해, 내부 가구를 모아놓고 도면에 따라 3층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조지아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아 아르메니아 분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언어의 서툼이 오히려 웃음을 만들어내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조지아 분께는 아르메니아어로, 아르메니아 분께는 조지아어로 인사하는 해프닝도 있었지요.

설계 미팅 중에는 조지아어, 아르메니아어, 러시아어, 영어까지 네 가지 언어가 오가며 통역을 붙여 대화하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분이 “여기 UN 모임 같네요”라고 말해 모두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성탄을 앞두고는 공사팀의 식사 시간에 맞춰 아르메니아 음식을 준비해 함께 교제했습니다. UFC 선수처럼 거칠어 보이던 분들 뒤에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걸, 함께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며 건네주신 아르메니아 전통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척했지만, 그날 밤 잠을 설칠 만큼 강렬한 맛이었기에 지금도 웃으며 기억합니다.

엔보이 호스텔은 지금, 공사 현장을 넘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작은 나눔과 일상이 하나님 나라의 따뜻한 이야기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강호웅, 이지윤 선교사

엔보이호스텔 조감도